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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극장 : 사랑한다 말하기) 가족을 향한 사랑고백 분투기

도희(dh) 2015. 1. 8. 19:25


~ 사랑한다 말하기 ~
<<가족을 향한 사랑고백 분투기>>


* 작품정보

  • 제목 : 사랑한다 말하기
  • 극본 : 박연선
  • 연출 : 백호민
  • 출연 : 독고영재, 김인문, 양미경, 명계남
  • 방송 : 2003년 3월 7일

 

  • 줄거리 :
  • 올해 49세로 지금 막 대기업 이사로 승진한 강민수. 칭찬보다는 카리스마로 부하직원을 움직이고, 대화보다는 명령으로 가장 역할을 하는 민수는 일에 있어서는 누구보다도 유능하지만 감정표현이 있어서는 너무나 서툴다. 그러던 어느 날 민수는 문득 삶의 회의를 느끼기 시작한다.아침에 거울을 보면 한숨이 나고, 출근하기가 싫어지ㅗ, 회의시간에 딴 생각만 나고, 25층 사무실에서 아무 이유 없이 뛰어내리고 싶다는 위험한 생각까지 한다. 견디다 못한 민수는 심리 상담실을 찾아가고, 의사로부터 '가족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라'는 처방을 받는다. 

    사랑이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해본 게 언제일까? 처방을 들은 민수는 아득하기만 하다. 어쨌든 민수는 가족들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먼저, 아들과 함께 목욕탕에 간다. 벌거벗은 상태에서 깊이 있는 대화가 이루어지지만 대화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민수는 아들의 등에 시뻘건 상처만 남긴다. 그리고, 민수는 아내에게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다이아몬드 반지를 선물하며 '당신을 고생만 시켰소'라는 감동적인 대사를 날린다. 그러나, 생전 처음 보는 남편의 다정한 태도에 민수의 아내는 '당신 암이죠?'라고 말하며 울음을 터뜨린다.

    가족에게 사랑 고백을 하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남자. 그러나, 남편의 갑작스러운 자상함을 암이라 오해하는 아내보다도 벌써부터 거리가 생긴 고등학생 아들보다도 수 백 배는 더 어려운 강적이 있었으니, 바로 민수의 옹고집 아버지다. 30대 후반에 아내를 잃고 평생 농사를 지으며 자식을 키워온 민수의 아버지는 감정표현 안 하기로는 민수보다 한 수 위. 과연 민수는 무뚝뚝한 아버지에게 '아버지, 사랑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 날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왜 늦었는지, 그런 건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아버지 손을 잡자마자 너무 안심이 돼서, 이제까지의 긴장이 한 순간에 풀려서,

오히려 걸음이 제대로 걸어지지 않았다는 것만은 뚜렷하다.


- 사랑한다 말하기 / 강민수 -



저는 이미 기억도 못하는 일 때문에 아버지가 재혼을 못하셨다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저도 겁이 났었던 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너무 힘들게 사셔서 저까지 힘들게 하면 어머니처럼 돌아가실까봐.

그래서 그렇게 겁이나서... ...

하지만 아버지, 무엇보다도 아버질 사랑합니다.

사랑을 물려주신 아버지. 정말, 아버지를 사랑합니다. 

이제서야 말씀 드립니다.


- 사랑한다 말하기 / 강민수의 편지 -



아버지를 잃었다. 아홉 살 때 어머니를 잃었으니 마흔 아홉에 고아가 됐다.

사십 구년을 살면서 아버지를 그리워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이제 아버지를 잃은지 오일.

어쩌자고 벌써 아버지가 그리운걸까. 

아버지, 사랑합니다. 

살아계실 때 이 한마디를 나는 끝끝내 하지 못했다.

그리고, 영원히 하지 못하게 됐다.


- 사랑한다 말하기 / 강민수 -




&..


1> 극에 약간의 오류라고 느껴지는 부분은 민수가 어머니를 잃은 시기이다. 극 초반의 민수의 말과 극 후반의 민수 아버지의 말에 의하면 열 두살이라는데, 엔딩의 민수 독백에서는 아홉 살이라고. 대본을 보니 극 초반 민수는 열두 살이라고 하고 극 후반 민수 아버지는 아홉 살이라고 하고 엔딩에선 아홉 살이라고 하고... 아, 뭐가 맞는건지... 아리송하다. 내가 이해를 못하는 건가, 혹시??


2> 유쾌한 시작이었다. 모든 것을 이룬 뒤 찾아온 허무함과 허탈함에 우울증에 걸린 강민수. 그가 정신과 상담의의 조언을 받아 가족들에게 '사랑한다'라는 말을 하기위해 노력하고 그의 노력을 받아들이는 가족들의 당혹스러움, 끝끝내 성공하는 모습까지, 유쾌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그 후, 아버지에게도 '사랑한다'말하기 위해 찾아가고, 데이트를 하며, 전혀 좁혀지지 않는 아버지와의 거리에 좌절하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모습 등등은 어쩐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게 하면서도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그리고, 표현하지 않았기에 몰랐던 아버지의 속내, 수줍은 고백, 그리고... 뒤늦은 후회까지, 초반의 유쾌함과 달리 후반부는 슬펐다.


3> 나이에 대한 의혹 때문에 대본을 훑어보니, 결말이 약간 틀렸다. 그러니까, 아버지가 자주 읽던 책 속에 끼워져있던 민수의 편지 부분이. 대본에는 민수가 발견하지 못하는 것으로 끝을 맺고 마무리 영상을 보여줬다면, 드라마에서는 민수의 아들이 그 편지를 발견했다. 개인적으로는 드라마의 결말이 마음에 들었다. 아들이 그 이야기를 언젠가 아버지 민수에게 할 날이 올테니, 자신의 진심을 전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마음 속 응어리는 그리 오래 맺히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직접 '말'하지 못한 것에 대한 한과 응어리는 내내 맺혀 있겠지만. 그리고, 민수의 아들은 민수와 달리 아버지에게 마음을 열고 그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다가가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민수의 아들 캐릭터가 꽤 의미있게 다가왔고 느껴졌다.


4> 민수의 처와 아이들을 보며 그래도 강민수는 꽤 괜찮은 사람이었을지도, 라는 생각이 들었다.무뚝뚝하고 일밖에 모르는 남편을 한없이 이해하는 민수의 아내, 할아버지에게 다정다감하게 다가가는 민수의 아들을 보면 말이다. 물론, 민수처가 한없이 넓은 아량과 선량한 마음으로 현명하게 처신하고 자식들을 교육시켰기에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민수처의 말에 의하면 민수는 표현이 서툴 분 바쁜 와중에도 언제나 아버지가 최우선이었던 것 같다. 아무튼, 민수의 아들이 할아버지에게 다정다감하게 대하며, 할아버지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아버지를 질책하는 모습이 처음에는 약간 낯설게 다가왔다. 세상의 모든 손자가 조부모에게 그렇게 다정다감할 수는 없고, 그런 행동은 결국 부모의 평소 행동, 그리고 교육에서 비롯된다고 생각되기에.


5> 결국, 그 상담의는 무면허였지만, 그의 처방은 훌륭했던 것 같다. 그의 처방이 있었기에 민수는 가족들에게 사랑한다 말하며 한 걸음 더 가까이, 가족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고, 미처 알지 못한 아버지의 속내를 알게되었고, 아버지에게 그간 표현하지 못한 마음을 표현할 수 있었을테니까.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어려워하기에, 그래서 서로를 애틋하게 여기는 마음을 그간 전혀 표현하지 못했기에, 함께하는 내내 어색하고 어려웠지만, 지나서 돌아보면 그 덕분에 둘 만의 추억을 만들었고 간직할 수 있었을테니까. 그 처방이 없었다면 절대 없었을 그 추억과 시간. 아버지는 아마, 민수에게 표현하지 못했을 뿐... 아들과 단 둘이 함께한 그 시간이 행복했을 것이다. 


6>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어색하고, 타인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것을 낯설고 부끄럽게 여기던 민수의 통곡이 가슴 먹먹하게 다가왔다.


7> 오늘은 뭘 볼까, 라며 뒤적거리다 박연선 작가의 단막극이란 것이 생각나서 봤다. 유쾌함과 감동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이 드라마는 http://youtu.be/d4RXEV6AOFM ☜여기에서도 볼 수 있으니 시간날 때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