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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페셜 : 그 여름의 끝) 수경이 초록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여정

도희(dh) 2014. 9. 15. 19:02

 

 

~ 그 여름의 끝 ~
<<수경이 초록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여정>>


* 작품정보
  • 제목 : 그 여름의 끝
  • 극본 : 정수연
  • 연출 : 김영진
  • 출연 : 조은숙, 전진서, 이가현, 이광기, 박현정
  • 방송 : 2014년 9월 14일

 

  • 줄거리 : 건축가인 진우는 춘천으로 가던 길에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는다. 갑작스런 사고 소식에 놀란 수경은 급히 병원으로 향하고, 건설소장이 춘천공사는 진작 끝났다는 말에 의아심을 품는다. 수경은 진우의 보험금 신청을 위해 주민등록등본을 발급받는데 초록이라는 아이가 올라와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 때, 초록을 데려가라는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되고 남편이 몰래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낀다. 사실 확인을 위해 춘천으로 간 수경은 초록이를 데려오게 되고 집안에는 냉담한 기운만 흐르는데...

 

 

 

 

1>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남편. 교통사고 당시 남편의 행적에 대한 의문. 남편의 아이라고 덜컥 맡겨진 초록이. 수경은 초록의 존재를 통해 남편에 대한 배신감과 미움 그리고 아이에 대한 연민 사이에서 갈등을 하게된다. 그리고 점차 아이에게 마음을 열게되고, 남편과 아이 사이에 얽힌 관련된 비밀을 알게된 후 오랜 고민 끝에 진심으로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드라마는 수정이 초록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여정을 그려냈다.

 

2> 보던 당시에는 나름 재미나게 봤지만, 되새겨보면 극 자체가 좋았던 것 같지는 않다. 뻔하고 식상한 스토리를 뻔하고 식상하게 풀어낸 드라마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를 나름 재미나게 봤던 것은 초록이에 대한 짠함과 안쓰러움이 다 했던 것도 같다. 여리여리한 외모와 맑은 눈망울로 눈치 빤하게 행동하는 것이 너무 짠했다. 극 초반 수경이 초록에게 모질게 행동하다가도 순간 순간 연민과 미안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물론, 수경의 성격 자체가 그리 모질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수경의 모질지 못한, 혹은 선한 성격은 극 초반 초등학교 교사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암시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아무튼, 초록이의 표정이나 행동은 뭐랄까, 괜히 사람을 미안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었다. 수경의 눈치를 보며 밥을 다 먹고 싱크대에 그릇을 놓는 것도 모자라 설거지 하려고 낑낑대다가 수돗꼭지가 손에 닿지 않자 어쩔 수 없다는 듯 미안함을 가득 담은 얼굴로 인사를 하고 돌아간다거나, 보육원에 맡겼다가 다시 찾으러 갔을 때 너무나 해맑게 웃으며 반가워하는 것이나, 다친 손가락에 반창고를 붙혀주고 자신을 걱정해주는 수경에게 맑게 웃는 모습이라던가, 비오는 날 우산을 들고 정거장에서 수경을 한참이나 기다리는 모습이라던가, 엄마 사진을 보며 엄마와의 마지막 순간을 기억하며 울다 웃는 모습이라던가..ㅠㅠ 이런 초록이었기에 수경은 물론, 초반 초록이를 무섭게 다그치며 미워했던 서윤까지 초록이를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었다.

 

3> 이 드라마에는 반전이 있는데, 그 반전은 극 초반부터 눈치챌 수 있는 너무나 뻔한 반전이었다. 그 반전을 알기 전부터 수경은 초록을 마음으로 받아들였지만, 이 반전이 있었기에 수경과 딸 서윤은 온전히 초록을 받아들일 수 있고 티없이 초록을 사랑해줄 수 있지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초록의 반전으로 인해 초록을 못마땅하게 된 시어머니 또한 남편이 다시 깨어남을 암시한 부분 덕에 결국 초록을 받아들이게 될테고. 반전없는 마무리는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가정의 평화와 가족 모두의 해피엔딩을 위한 결말이었던 것 같다. 

 

4> 남편의 불륜으로 인해 생긴 초록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수경의 감정변화를 좀 더 섬세하게 그려냈으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이 부분은, 극본-연출-연기 모두 다 조금씩 아쉬웠고 그래서 크게 느껴졌던 걸지도 모르겠다. 아, 수경의 감정변화의 결정적인 순간은 한 편의 시(여인숙/잘랄루딘 루미)로 퉁쳤다. 극 중 수경이 들고있던 시집의 제목을 지워져 있었는데 최근들어 틈틈히 읽던 시집이라 반갑기는 했다. 아, 이 시집 마음이 지칠 때 위로해주는 듯 해서 좋다. 제목은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류시화 엮음'.

 

5> 남편의 첫사랑이자 초록의 엄마가 오래 전 왜 갑자기 진우(남편)를 떠났는지에 관한 이야기도 나올 줄 알았는데, 그건 그냥 그 여자의 변심이었던 걸로. 그리고, 초록엄마의 사촌동생이라는 그 여자도 참.... 그랬다. 수경이 애를 안맡아준다니 수경이 탄 기차에 그냥 태우고 가는 패기라니;;

 

6> 언뜻, 드라마스페셜 '그렇고 그런 사이'가 생각나기도 했다. 물론, 극의 내용이나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그저, 사고로 인한 남편의 혼수상태(죽음) 후 남편의 불륜을 알게된 아내의 심리를 그려낸다는 설정에서 문득 떠올랐던 정도였다. 그리고, '그렇고 그런 사이' 같은 경우는 온전히 그 심리를 그려낸 드라마이기에 더 섬세하고 감성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