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해외 드라마 시청담

일드) 보더 : 경계선 위에 서지마라

도희(dh) 2014. 8. 27. 04:11

 

보더 

(2014.04.10~2014.06.05 / TV아사히 / 총 9부작)

 

 

 

 

#. 사람은 반드시 죽는다. 그리고 죽음은 불현듯 찾아온다

 

이 드라마는, 우연한 사건으로 죽은 자와 이야기를 할 수 있게되며, 삶과 죽음, 정의와 악 (혹은 악의, 불의) 의 경계선 위에 서게된 형사 이시카와 안고가 혼돈에 빠져드는 과정을 『발현, 구출, 연쇄, 폭파, 기억, 고뇌, 패배, 결단, 월경』 이라는 총 아홉 개의 챕터로 구성된 에피소드를 통해 그려나간다. 또한, 매회 오프닝에서 "사람은 죽고 나면 어디로 가는 걸까" 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이 드라마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 머릿 속에 맴도는 말은 그 것이었다.

 

"경계선에 서지마라. 그 것은 동서양 공통의 오래된 터부. 선은 이 쪽과 저 쪽. 안과 밖을 구분하는 동시에 그 자체로 안과 밖. 이 쪽과 저 쪽을 몸 안에 품고 있다. 그리하여 선은 혼돈. 그러니 경계선 위에 서지 마라. 혼돈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라. (화이트 크리스마스 中)"

 

 

 

 

#. 난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걸 볼 수 있어. 그러니 어떤 사건이라도 진실을 밝힐 수 있어

 

죽은 자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된 안고는 그 능력을 통해 그들이 죽어야만 했던 이유를 알게된다. (이야기의 구성은 매 회마다 약간의 비틀기가 있어 식상하지는 않다) 그렇게 그는 증거와 증인으로는 밝혀낼 수 없는 죽음 그 이면의 진실을 알게되고 그 진실과 가장 가까운 답을 완성시키기 위해 뛰어다니게 된다. 그렇게 그는, 범인과 죽은 피해자만이 알 수 있는 말로 범인을 압박하고 (발현), 자살한 범인만이 알고있는 범행동기를 알게되며 (구출), 죽어 마땅할지도 모를 피해자가 짊어졌던 고통과 절박함을 알게된다 (연쇄). 또한, 너무도 황당하게 죽은 남자의 부탁을 들어주며 남은 이들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기억),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연쇄살인을 저지르고 자살로 생을 마무리한 그를 통해 자신의 상처를 떠올리게 되며 (고뇌), 현실의 벽에 부딪혀 진실을 밝혀내지 못한 채 죽은 자의 전언을 가슴에 새긴 채 살아가게 되기도 하고 (패배), 범인을 알지만 증거가 없기에 좌절하게 된다 (월경).

 

연속된 자살사건. 그 사건 속에서 연쇄살인을 느낀 부검의 히가 미카는 윗선에 의해 의견이 묵살당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미카에게 안고는 말한다. 다음에 물고 늘어지고 싶으면 먼저 자신에게 상담하라고. 분명 힘이 될 것이라고. 자신은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걸 볼 수 있노라고. 그러니 어떤 사건이라도 진실을 밝힐 수 있노라고. (고뇌)

 

이 즈음의 안고는 능력이 생긴 후 단 한번의 패배도 없었을 것이고 그렇기에 그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어느정도 생긴 듯 했다. 물론, 그에 비례하는 혼돈치도 높아졌겠지만. 아무튼, 그런 그는 그 사건을 통해 마음 속 깊은 곳에 간직했던 상처를 떠올리게 되었고 자신과 똑같은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가다 결국 범죄를 저지르게 된 자살한 범인이 마지막 말. 괴로움에서 해방되고 싶었다, 라는 그 말로 인해 자신의 능력에 대한 무기력함을 느끼게 된다. 아마도 이 즈음, 그는 휘몰아치는 혼돈에 한발 내딛게 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 너무 많은 것들이 보여서 모든 것이 복잡해졌어

 

능력이 생긴 후, 그는 자신이 아는 진실에 가장 가까운 답을 만들기 위해 뒷세계와 손을 잡았고, 답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라면 불법적인 거래도 서슴치 않게 되었다. 그런 그의 수사방식을 어렴풋이 눈치 챈 반장은 그가 스스로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며, 어둠에 먹히지 않길 바라며, 몇 번이고 그에게 경고했으나 그는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정의에 몰두한나머지 그 경고에 귀기울이지 않게된다.

 

아직, 그 능력을 갖기 전의 형사 이시카와 안고는 절대 흔들리지 않는 젊은 형사였다. 아마도 일중독자인 그는 보여지는 사실과 드러난 증거를 통해 범인을 체포했을 것이다. 그 때까지의 그는 모든 것이 단순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너무 많은 것이 보여서 복잡해졌고 가끔은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고민될 때도 많다고 했다.

 

죽은 나르시시스트가 남긴 마지막 말 한마디. 죽어 마땅한 피해자의 항변. 자신과 같은 상처를 가졌던 가해자. 부조리에 의해 진실을 밝혀내지 못한 채 전언을 가슴에 새겨야만 했던 패배. 남편을 잃은 아내의 눈물과 그런 아내를 바라보는 남편, 자식을 잃은 부모의 절규와 그들 곁에서 우는 그들의 자식. 자신을 죽인 범인이 스치는 순간 움츠려드는 죽은 아이의 고통스러운 표정.

 

한 번 죽었고 되살아났다. 그리고, 죽은 자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는 일을 하고있는 지금은 그걸로 충분하다, 던 형사 이시카와 안고. 나르시시스트 사건으로 인해 시작된 그의 혼돈은 누군가에게 상처받은 아픔을 잊기위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혀서 위안을 삼는 슬픔의 연쇄를 끊어내는 사건을 통해 뚜렷해졌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상처를 가진 가해자를 통해 능력의 무기력함을 느끼게 되고, 부조리한 현실로 인해 진실을 묻게 되는 사건을 통해 절망을 느끼게 되며 그 혼돈은 짙어진 것이 아닌가, 싶었다. 

 

 

 

 

#. 아픔에 지배당하지 마

 

삶과 죽음, 정의와 악(혹은 악의, 불의), 그 경계에 서게된 이시카와 안고는 점점 위태롭고 아슬아슬해 보였다. 그리고, 그런 그의 위태로움은 그를 걱정하는 동료들의 눈에도 보였고 그렇게 그를 걱정했고 그가 선을 넘지 않도록 붙잡아 주기도 했었다. 어쩌면 그의 능력은 머리 속에 박혀있는 탄환에 의해 생긴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잠깐이라도 또 한 번 죽는 것이 두렵더라도 그 탄환을 제거하는 것이 옳은 것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의 의지로 탄환을 제거하기를 거부했고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상태를 말하지 않는다. 그는 어쩌면 아픔에 익숙해졌던 것일지도 모른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 익숙함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싶었다. 그와 많은 대화를 나누던 부검의 히가 미카는 그의 상태를 어느정도 짐작하게 되지만 그의 의지를 꺽을 수 없었고 "아픔에 지배당하지 마" 라는 말로 그를 걱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울어도 사라지지 않는 아픔. 내가 바라지 않아도 다른 사람의 아픔이 계속해서 덮쳐오는 상황 속에서 그는, 죽음의 공포와 목숨을 빼앗기는 분노와 증오를 알고있기에 타인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송두리째 빼앗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고있던 그는, 가장 소중한 것은 절대로 타인이 뺏어서는 안된다는 그는, 죽어도 당연한 인간은 이 세상에 없다던 그는, 절대로 정의의 계단에서 헛딛거나 하지 않을 것이라던 그는, 아픔에 지배당하게 된다. 빛이 강한 곳에 반드시 지게 되어있는 그림자에 잡아 먹히게 된다. 

 

아마도, 그에게 죽은 자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면 그는 아픔에 지배 당하지도, 그림자에 잡아 먹히게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능력을 얻기 전의 그는 분명 올곧고 정의로운 형사였지만 선을 넘을 만큼은 아니었다. 그가 선을 넘어서까지 진실을 밝히고자 하고 부조리 혹은 증거불충분으로 인해 진실이 묻히는 것에 분노하고 좌절하고 아파하고 비관하는 것은 그에게 죽은 자를 보고 죽은 자와 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경계선 위에 서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죽은 대학생의 선량한 눈빛과 마지막 전언을 듣지 못했다면, 그가 죽은 자신을 두고 우는 부모 곁에서 함께 우는, 자신을 죽인 범인을 보고 두려움에 떠는 어린 꼬마를 보지 못했다면, 그는 실패에 대한 좌절과 분노는 하겠지만 사라져간 생명에 대한 비관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랬다면 그는, 절대적인 정의가 되기위해 긴 시간을 숨죽여 기다렸을 것이다. 그러나, 사건을 해결하지 못한 책임감과 죄책감에 사로잡힌 그에게 최선을 다해줘서 '고맙다' 라는 인사를 하는 죽은 피해자들과 마주한 그는 그럴 수 없었다. 사라지는 것을 필요 이상으로 비관할 수 밖에 없었다. 그로인해 결국, 그 자신의 영혼이 닳아 없어질 뿐일지라도. 그에게 부당하게 생명을 잃은 이들은 더이상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의미가 있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 월경 : 경계를 넘다

 

절대 정의와 절대 악. 마지막 에피소드는 그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결국 이 드라마가 이런 메시지를 남길 것이라는 것은 2화 <구출> 에피소드를 통해 느끼게 되었다. 나르시시스트의 죽음. '한 사람이 더 있어' 라던 그의 말. 그가 남긴 그와 똑닮은 아들. 그 아들을 두고 한 히가 미카와 이시카와 안고의 대화. 그리고, 안고를 빤히 바라보는 그 아들의 새까만 눈빛. 그 순간의 섬뜩함은 이런 질문을 남겼다. 괴물은 태어나는 걸까, 만들어지는 걸까. 그 아들을 바라보며 했던 안고의 고민은 이 질문과 맞닿아있었고 미카는 "살인범의 아이라고 살인을 저지를리가 없어. 사람은 환경에 의해 변화해나가는 굉장한 생물이야"라는 말로 안고를 위로했었다.

 

조금씩 조금씩 짙어진 혼돈 속에서 위태롭게 서있던 이시카와 안고는 절대 악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스스로를 절대 악이라 칭하는 그의 궤변에 휩쓸린 안고는 그 혼돈 속에 빠져들게 되고 결국 경계를 넘게 된다. 궤변이라고 생각했다. 어둠이 있기에 빛이 있다. 악이 존재함으로써 정의도 존재한다. 어느 한 쪽만 있는 세상따위 시시하지 않느냐. 내가 있음으로서 당신이 빛날 수 있는 것이다. 그게 마음에 안든다면 당신도 이쪽으로 와서 나를 직접 벌하면 된다. 그게 옳은 것이다. 내가 절대적인 악이 될것이고 당신은 어중간한 정의를 실현하다가 언젠가 나에게 패배하는 것이다. 자칭 절대 악이라 하던 그의 말은 꽤나 그럴싸하지만 내 귀에는 그저 자신의 죄를 정당화하기 위한 궤변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안고는 늙은 정보원의 말대로 자칭 절대 악이라는 그를 이기기 위해서 절대적인 정의, 즉 동전의 뒷면이 되어 그가 실수하기를 기다려야 했을지도 모른다. 초조해 하지않고 꾸준히 침착하게 일하면서 그 사이에 이길 수 있는 방도를 늘려나가야 했을지도 모른다. 사라지는 것을 필요 이상으로 비관하지 않은 채. 하지만 그러기에 그는 사라지는 것들의 아픔에 지배당하고 있었다. 그 것이, 그가 경계를 넘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일 것이다. 

 

 

 

 

#. 그리고.

 

1> 굉장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봤다. 매 회마다 주는 여운과 혼돈에 빠져 다음 회를 바로 이어보기가 힘들었다. 그러고보니 요근래 만화책을 굉장히 열심히 봤는데 아마도 너무 깊이 빠지기가 겁이나 무의식 중에 경계하고 있었던 것도 같다. 그래서, 아홉번째 에피소드는 세 번 정도 끊어가며 봤다. 한 번에 쭉 보기엔 주인공 이시카와 안고의 감정에 너무 젖어든 상태여서 어쩐지 겁이 났던 것인지도 모른다. 에피소드의 사건 자체가 너무 가슴아팠고, 피해자 아이의 두려움과 슬픔이 너무 안타까웠고, 그 마음 이상으로 범인에 대한 분노가 커져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보는내내 안고가 경계를 넘지 않기를 바랬다. 소제목으로 인해 그럴 것을 예상했음에도. 

 

2> 괴물은 태어나는 걸까, 만들어지는 걸까. 괴물을 잡기 위해서는 괴물이 되어야만 하는걸까. 이런 질문을 던지는 드라마들을 3주 연속으로 봤더니 마음이 혼란스럽다. 머리가 복작복작하고. 그러고보니 세 드라마 다 괴물(혹은 악)의 마지막 대사들도... 소름! (화크-괴물-보더, 다른 듯 비슷하고 비슷한 듯 다르다)

 

3> 충격적인 결말, 이라는 말을 듣고 시작한 드라마였다. 그래서 그 결말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기 위해서 정말 열심히도 스포를 피해가며 봤다. 그리고 결말. 굉장히 멍- 했다. 오롯이 주인공 한 사람에게 초점을 맞춘 드라마, 그렇기에 이시카와 안고의 감정에 젖어 그의 심리를 고스란히 따라왔던 나는 그의 선택을 어느정도 예상을 했음에도 그러지 않길 간절히 바랬었다. 그리고, 그의 선택. 그 선택은 비슷한 질문을 던진 다른 드라마의 결말과 맞닿아있기에 어찌보면 익숙한 결말이기도 했다. 그의 선택과 그가 자신의 선택을 바라보는 구도 또한 익숙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이 드라마의 결말이 충격적이고 한참동안 멍해졌던 것은, 이 드라마의 '설정'과 함께 내가 이시카와 안고의 감정에 젖어 그의 심리를 고스란히 따라왔다는 것이다. 경계를 넘는 순간, 그리고 그 다음 순간 느낀 안고의 충격과 공포와 두려움과 절망감이 나에게도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4> 오구리 슌의 연기가 굉장히 인상깊었다. 이시카와 안고의 메마르고 예민하며 점점 신경질적이 되어가는 어딘가 모르게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운 부분을 잘 표현했다. 그래서 이시카와 안고의 감정에 젖어들어 그의 아슬아슬함이 위태로워 조금은 버겁고 힘겹게 봤던 것도 같다. 그래서.. 보는 내내 진심으로 그가 경계를 넘지 않기를 바랬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오구리 슌의 차기작을 기대해보는 중이다. 나는 이상하게 어떤 배우의 연기가 좋아지면 그 전작이 아닌 차기작을 기대하게 되는 편인지라. 아, 그리고 오구리 슌의 형사 연기는 이로서 두번째 보는 것인데 정말 잘 어울린다. 흠, 도쿄독스 내용도 가물거리는데 한번 더 볼까, 싶어진다. 거기서도 좋았었는데ㅋㅋ

 

5> 캐릭터들도 좋았다. 진중한 반장님과 의외로 좋은 녀석이었던 파트너씨와 예리한 통찰력이 있는 부검의 히가 미카. 그렇다. 이름은 미카 밖에 모른다. 아무튼, 유일한 여캐릭터인 히가 미카가 굉장히 매력적인 여성이어서 좋았다. 그 외, 안고를 돕는 뒷세계 캐릭터들도 짧게 나오지만 그 매력을 한껏 발산했다. 그리고, 안고의 주변에 있는 이들 모두가 어딘가 위태로운 안고를 진심으로 걱정하며 그가 선을 넘지 않도록 잡아주는 듯해서 고마웠다. 늙은 정보원은 뭔가 있는 듯 했지만 일단은 반장님과 더불어 인생의 선배같은 느낌이 들어서.

 

6> 두번째 에피소드의 엔딩이 충격적이었다. 세번째 에피소드는 여러 생각을 해보게 했다. 그리고 네번째-다섯번째 에피소드는 쉬어가는 타임처럼 느껴졌는데 엔딩이 따뜻했고, 여섯번째 에피소드는 안타까웠고, 일곱번째 에피소드는 화가나고 안타깝고 그랬다. 아홉번째 에피소드는 화나고 슬프고 충격적이었고. 아, 여덟번째 에피소드는 이시카와 안고가 탄환을 머리에 박은 채 살아야만 하게된 사건의 원인이 밝혀졌는데, 어떤 의미로는 굉장히 갑갑하고 화가났다. 이 사건의 범인이 늘어놓는 궤변에 또 한번 화가났지만 어쩌면 그 또한 현실이구나, 싶기도 했다. 일곱-아홉번째 에피소드는 마음이 아파서 눈물도 약간ㅠㅠ 네번째와 다섯번째가 느슨하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이 모든 것이 합쳐져서 이시카와 안고의 혼돈을 완성한 것 같다. 무엇 하나 버릴게 없다.

 

7> 시즌2 혹은 SP이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데 이대로 끝이어도 괜찮다는 생각도 든다. 경계를 넘은 이시카와 안고가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지 잘 모르겠지만, 어쩐지 나는 경계를 넘은 그가 아픔과 그림자에 잡아먹히는 삶을 살아가며 그 속에서 정의를 찾는 것은 크게 내키지가 않아서 말이다. 슬픔의 연쇄에 의한 살인을 저지른 범인의 궤변을 이시카와 안고가 인정하는 걸 보고싶지가 않다. 죽어도 당연한 인간은 이 세상에 없다, 라던 이시카와 안고가 자신의 말을 번복하는 삶을 살아가길 바라지는 않기 때문이다. 죽어도 당연한 인간은 이 세상에 없다. 이 말은, 올해들어 부쩍 많이 하는 생각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가끔은 이 말이 혼란스럽다. 그럼에도, 죽어도 당연한 인간은 이 세상에 없다. 

 

8> 기대 이상의 드라마였다. 버거워하며 봤지만 만족스럽기도 하다. 어둡고 눅눅하고 무거운 극분위기도 좋았가 좋았다. 그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연출과 BGM이 좋았다. 그에 걸맞는 짜임새있는 구성과 대사와 메시지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사실, 일드는 가벼운 것만 주로보는 편인데, 이렇게 묵직한 주제를 가지고 무겁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도... 좋았다. 회당 시간과 총 편수도 짧으니 집중력도 좋고. 

 

9> 안고가 경계를 넘지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드라마를 봐서 그런지 매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보면서 한 생각은, 과연 이 사건은 안고의 능력과 뒷세계와의 거래가 없더라도 해결될 수 있을까, 였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뒷세계의 도움없이 오롯이 증거와 증인 만으로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였다. 

 

0> 아.. 뭔가 말이 많아져버렸다. 쓰다보니 '좋다' 라는 표현을 많이 했는데, 표현력의 한계인가 싶기도 하고, 이 드라마가 꽤나 마음에 들었나보네, 싶기도 하고.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