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해외 드라마 시청담

일드) 보더 1회 : 삶과 죽음의 경계선 위에 서다

도희(dh) 2014. 8. 21. 05:39

 

1.

요즘 볼만한 일드는 뭐가 있을까, 라며 뒤적거리다가 발견한 드라마. 좋아라하는 장르와 익숙한 배우여서 보기 시작했고, 현재 첫회만 봤다. 성격상 전체 다 몰아서 보는게 맞겠지만 .. 어쩐지 지금은 자야할 것 같아서 첫회만 보고 나머지는 나중에 봐야지, 라고 생각 중이다. 그런데 이건 왜 쓰고있나 모르겠다. 자야하는데; 총 9부작 드라마로 살인사건 현장 주변에서 머리에 총을 맞은 후 죽었다 깨어나게 된 형사 이시가와 안고가 죽은자와 교신하는 능력을 얻게되며 그려지는 이야기다. 

 

매일 일에만 얽혀있던 이시가와는 너무 일에 몰두한 나머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애인이나 친구를 모두 잃은 뒤였다고 한다. 그래서 일이 없는 날에는 홀로 따분하게 지냈고 그렇기에 그는 살인사건이 일어나 현장에 불려지기를 바라곤 했다고 한다. 직업이 '형사'인 그에게 살인사건이란 그가 해야하는 '일'이었다. 따분한 일상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탈출구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는 그 탈출구에서 죽음의 경계선 위에 서게되고 삶에 대한 간절함과 죽음에 대한 분노를 느끼게 된다. 그렇게 경계선을 넘은 그는 다시 돌아온다. 

 

돌아온 그에게는 죽은자와 교신하는 능력이 생겼고 그 능력을 통해 범인을 알아내고 해결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은 결코 정의롭다고 할 수 없다. 문제의 정답을 맞추기 위해 그 과정을 만들어 나가는 듯 했다. 이시가와는 말한다. 자신은 죽은 자의 한을 풀어주는 일을 하고 있노라고, 그걸로 충분하다고. 그리 말하는 그를 바라보며 어쩐지 더이상 그에게 '살인사건'은 직업이 '형사'인 그가 해야하는 '일' 그 이상의 어떤 의미가 생긴 듯한 느낌이 들었다.

 

죽은 자들은 그에게 말을 한다. 그리고 그는 죽은 자들을 통해서 범인을 듣게된다. 그렇게 그는 답을 정해놓고 과정을 풀어나가게 된다. 살인사건을 소재로 사건을 풀어나가는 수많은 이야기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에 대한 새로운 접근,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이시가와가 정의와 불의 혹은 악의의 경계선에 서게되는 것도 흥미로웠다. 앞으로 그는 자신이 알고있는 정답을 알리기위해 어떤 과정을 만들어 나갈까에 대한. 그 과정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에 대한. 또한, 그 경계선에 선 이야기여서 그런지 극의 분위기는 심연의 어둠에 둘러쌓여 있는 듯 무겁고 눅눅하다. 

 

 

 

 

2.

대충 검색을 해보니 '충격적인 결말'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되도록 스포를 밟지않고 보고싶은 마음에 더이상의 궁금증은 닫아두기로! 아, 그리고 내가 이 드라마를 보기로 한 또 하나의 이유는 대충 훑어본 리뷰에서 이 드라마가 가진 무언가 (메시지인지 분위기인지 혹은 둘 다인지는 기억이 안난다) 가 화크와 비슷하다고 해서이기도 하다. 어두운 건 싫어, 라는 요즘이지만 잘 만들어진 어둠이 주는 깊은 울림과 여운은 그리 싫지가 않기에.

 

주인공인 형사 이시가와 안고는 오구리 슌이 연기한다. 그의 작품을 그리 많이보진 않았으나, 아니, 일드를 그리 많이 보지 않은 것에 비한다면 그의 작품은 꽤 본 편인건가? 매 회 그럴 것인지, 첫회가 그런 것인지 모르겠으나 그의 내레이션이 꽤 많았는데 목소리가 듣기 좋았다. 그리고, 형사반장을 하는 배우 낯이 익다 했더니 딸기밤의 매뉴얼맨 형사반장이었다. 거기서도 꽤 좋았는데. 또 다른 드라마에서도 본 것 같은데 기억은 안난다. 그리고, 부검의 꽤 매력있게 느껴졌는데 .. 마지막까지 그러려나? 또, 파트너로 보이는 형사는 좀 싫었다. 이시가와에게는 열등감과 약간의 츤츤거림이 느껴지기는 했으나 그와 별개로 그 캐릭터의 성격 자체가 그리 좋아보이진 않아서.

 

 

3.

안고. 라고 하니.. 그리 오래지 않은 예전에 본 애니가 생각난다. 그 애니 주인공 이름이 그거였는지 그 옆에 붙은 귀신 이름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주인공 탐정이 옆에 붙은 귀신을 통해 얻은 능력으로 범인의 무언가를 보고 사건을 해결하는 그런 거였는데... 꽤 재미나게 봤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뭔가 씁쓸했던 것도 같고. 아.. 이노무 기억력이란;;

 

 

4.

경계선에 서지 마라. 그것은 동서양 공통의 오래된 터부.

선은 이 쪽과 저 쪽. 안과 밖을 구분하는 동시에 그 자체로 안과 밖.

이 쪽과 저 쪽을 몸 안에 품고 있다. 그리하여 선은 혼돈. 

그러니 경계선 위에 서지 마라. 혼돈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라.

 

- 화이트 크리마스 中 / 요한 -

 

그냥 문득 생각이 나서. 이상. 이 드라마에 관련된 다음 리뷰는 미정이다. 매 회 보고나서 뭔가를 끄적거릴지, 다 보고나서 끄적거릴지, 그냥 마음에 담은 채 끝낼지. 나의 열정은 귀차니즘을 이기지 못한다는 걸 느끼는 최근인지라. 어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