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나인 3회) 믿고싶은 판타지는 믿고, 사랑하는 여자는 사랑하면 된다.

도희(dh) 2013. 3. 19. 14:34


형이 남긴 향을 통해 겪은 기묘한 경험과 그 직후 새롭게 떠오른 어떤 기억. 선우는 이 판타지가 팩트라는 기자로서의 직감으로 형의 유품인 수첩의 내용을 조사하게 되고, 그 결과 향의 비밀과 죽기 직전까지의 형의 행보를 알게된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환각이라고 해도 지금 자신이 알아낸 것들을 그저 믿을 수 밖에 없었고 그 것이 형의 애처로운 삶에 대한 예의라 생각한다던 선우는, 그 사람이 남긴 아홉개의 향을 얻게되며 이 모든 판타지가 팩트임을, 기자로서의 직감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어려웠지만, 어찌되었든 아홉개의 향을 획득한 선우는 어린 아이처럼 기뻐하며 신나게 웃었다. 이제 자신 앞에 닥친 고난은 어떻게든 헤쳐나갈 수 있기라도 한다는 듯이. 어긋난 과거를 제대로 끼워맞춰 행복한 현재를 이뤄낼 수 있다는 듯이. 그렇게, 민영에게 석달이라는 시한부 프러포즈를 했던 선우는, 그 프러포즈를 받아들이겠노라며 다가온 민영에게 영원한 사랑을 속삭이고 있었다. 아홉개의 향을 통해 일말의 희망을 봤고, 그렇게 다 잘될 것이라는 듯이.


이제 막 향 아홉게를 얻은 선우는, 세상을 다 가진듯 기뻐했다. 그리고, 예고를 보니 흘러간 시절의 그리운 가족들을 만나는 용도로 향을 쓰고 있었고, 그렇게 20년 전의 가족들 - 부모님과 형 그리고 자기 자신 - 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다.

아마, 과거를 바꿔 원하는 미래를 만든다는 것은 선우의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시간여행을 통해 20년전의 세계에 '존재'하게 되는 것만으로도 이미 뒤틀리기 시작했을 시간은, 나비효과가 되어 결국 20년 후 현재의 세계를 뒤틀리게 만들 듯 싶으니 말이다. 처음에는 아주 미세하게, 그러나 그 미세함이 모여 점점 커다랗게, 결국은 걷잡을 수 없도록. 하나를 얻으면 둘을 잃고, 둘을 얻으면 넷을 잃고, 넷을 얻으면 여덟을 잃으며.. 그렇게, 내가 원하는 현재를 위해, 내가 살아가는 현재의 '행복'을 하나 둘 잃어갈 듯 싶었달까?

 

그리고


1> 현재의 선우가 20년 전의 과거의 시간에 존재한다는 것에 대한 의미. 그 것이 불러일으킬 파장에 대한 염려. 하지만, 그 파장이 극을 이끌 중심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2> 20년 전, 가족을 구한 후 아홉개의 향을 두고 갔다는 그, 는 과연 누구일까? 그가 바꾼 과거는 무엇일까? ...라는 궁금증이 가장 먼저 들었다.

3> 선우의 형, 정우가 죽은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묘한 표정을 짓던 최진철. 문득, 가족을 구한 후 아홉개의 향을 두고 갔다는 '그'가 최진철은 아닐까, 혹은 최진철과 관련된 사람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4> 선우의 시간여행과는 관련이 없어보이는 선우와 민영의 사랑. 하지만, 선우가 시간여행을 하면서 결국, 민영 그리고 민영과의 관계도 극의 중심 어느 한 부분에 자리하게 되는 건 아닐까, 싶은 중이다.

5> 과거가 있기에 현재가 있다. 살아온 시간이 쌓이며 현재의 시간에 다다른다. 그런데, 과거의 어느 한부분만 바꿔 원하는 현재를 만들 수 있을까? 과거의 어느 한 부분이 바뀌면, 내가 살아온 시간은 사라지고 낯선 시간이 채워지며 새로운 현재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까, 등등의 생각이 한참 드는 중이다. 영화 '나비효과' 처럼.

6> 인남의 붕도와 희진은 서로가 있어 가지고 있으나 존재하지 않는 시간에 대한 기억을 공유할 수 있었지만, 뒤틀린 과거로 인해 새롭게 변해갈 현재. 그리고, 원래의 시간을 기억하는 선우는 철저히 혼자가 되어 외로워지는 건 아닐까, 싶었다. 그로 인해 더 혼란스러워지고 더 힘들어질지도.

7> 친구에게 남기는 선우의 음성메시지. 이 메시지는 극에서 어떤 작용을 하게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