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그 겨울, 바람이 분다 6회) 끝없는 거짓말 끝에서 들킨 반쪽짜리 진실

도희(dh) 2013. 2. 28. 13:01

깊은 어둠 속에서 손길을 내미는 화사한 빛을 외면한 채 홀로 걸어갈 수 있었던 것은, 언젠가 돌아올 오빠의 존재가 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오빠라는 존재에 대한 믿음은 그녀가 그 깊은 어둠 속을 버틸 수 있게 만들어주는 희미하지만 유일한 빛이었을테니까. 그렇기에 돌아온 오빠의 진의를 끊임없이 시험하면서도 그녀는 서서히 그를 믿어가고 있었다. 돌아온 그가 밝혀주는 빛을 따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듣게된 진실. 희선을 통해 수가 지금껏 잘해준 것은 동생이기 때문이 아닌 돈 때문이라는 말을 듣게된 순간, 영이는 그 깊은 어둠을 어떻게든 버틸 수 있었던 희미하지만 유일했던 빛이 한순간 꺼지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주변에 있는 그 누구도 믿을 수가 없었다. 영이는 다시 나를 죽이라, 는 말로 수를 자극했다. 확인받고 싶었던 것 같다. 희선의 말은 거짓말이라는 것을, 지금껏 나에게 잘해준 것은 내가 그의 사랑하는 동생이기 때문이지 결코 돈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그러니 내가 너를 믿어도 된다는 것을. 확인받고 싶었던 것 같다.

내가 널 죽일 마음이 있었다면, 돈이 필요해 너에게 왔다면 기회는 여러번 있었노라고. 지하철 역에서 지하철이 들어오는 그 순간, 엊그제 강가, 바닷가, 그리고 지금 여기. 앞못보는 널, 죽여달라는 널, 맘만 먹으면 언제든 가능했다고. 내가 해치우기에 넌 너무 쉽다는, 그의 말에, 내가 널 믿어도 된다 말해달라며 무너져내린 그녀를 보면.

그의 조력자였던 희선이 '가짜오빠'라는 것만 제외한 모든 진실, 78억의 존재까지 영이에게 털어놓은 것은, 영이를 바는 그의 눈빛, 영이와 잘때 너무 편한 그의 모습에서 그가 영이를 좋아하고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질투. 희선은.. 자신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없는 그의 마음에 다른 그 누구도 들어갈 수 없도록 희주로 가득 채워 과거에 가둬둔 채 곁에 두고싶었던 걸까? 어쩐지, 그런 희선의 행동은, 자신이 한국을 떠나는 일년간 다른 여자를 만나지 못하게 하기위해 그에게 누명을 씌워 교도소에 가둬둔 미저리 진소라와 별반 다를게 없어보이기도 했다.

아무튼, 희선의 돌발행동으로 인해 잃어버린 믿음을 되찾고자 버둥거리는 영이를 통해, 그렇게 믿음을 확인하는 영이에게 거짓말을 하는 자신을 보며, 수는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나는 대체 왜 이렇게 살려고 하는걸까? 그리고, 아마도, 희선을 통해 막연했던 감정을, 딱딱해진 심장이 조금씩 뛰고있음을 깨닫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쩐지, 수에게 집착하고, 내 손에 닿지 않는다면 다른 이의 손에도 닿지않을 곳에 가둬두려는 그녀들로 인해, 수는 영이를 만났고, 영이를 향해 흘러가는 감정을 조금씩 깨닫고 있었다. 이걸.. 감사해야하나? 그런데, 수의 주변에서 수를 좋아한다 말하는 여자들은 왜 하나같이 그를 구속하려고 하는걸까? 사랑은, 구속이라는 건가? 희주는 아이로, 희선은 희주로, 소라는 돈으로, ...영이는... 믿음과 언약으로...?

수가 어떤 짓을 해도 괜찮았지만 살인은 괜찮지 않았던 진성은, 영이 방에서 우연히 발견한 금고를 터는 것으로 이 일을 마무리하자고 수를 설득했다. 그리고, 이 끝없는 거짓말을 그만두고 싶었던, 영이를 죽이고 싶지않았던, 수는.. 진성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 하지만, 여기서 성공하면 이 드라마는 10부작 내외로 종영해야할 듯 하니.. 당연히 실패했다. 그렇게, 왕비서에게 반쪽짜리 진실을 들키며 수에게는 또 한번의 위기가 찾아왔다.

거울을 통해 바라보는, 진실. 평소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날카롭게 세운 발톱을 내려놓고 순하게 잠든 영이의 뒤로 보이는, 원하는 것을 얻기위해 거짓으로 포장한 반쪽짜리 진실을 사이에 두고 그 순간의 솔직한 감정으로 마주한 수와 왕비서. 유독, 거울에 비친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 이 드라마는, 그렇게 거울을 통해 인간의 이중성을 보여주고 있는 듯 했다.

왜 살아야하는지 분명한 이유도 없으면서 앞 못보는 이 아이에게 이렇게 끝없는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나는 대체 왜 이렇게 살려고 하는 걸까? 인생 참 별거 아니라고, 그냥 살아지면 사는게 인생이라고한, 내가 한 모든 말들은 어쩌면 모두 거짓말이었나? 살면서 지금같은 순간을, 나도 모르게 한번 쯤은 미치게 기대하고 있었나?

 

 

그리고


1> 약혼자씨는 역시, 자신의 출세를 위해 영이를 이용한 것이었다. 그리고, 질질끄는 것 없이 바로 밝혀졌다. 물론, 영이는 침묵했다. 그런데, 왕비서가 그 사실을 몰랐을리는 없다. 분명히 알고있으면서 그를 영이의 짝으로 정했을 것이다. 그 것은 왕비서와 약혼자씨의 거래였겠지. 서로 원하는 것을 얻기위한. 왕비서에게 약혼자씨는 영이를 자신의 품안에 묶어두기에 좋은 수단이었던 것 같다. 이미 오래된 연인이 있는 그에게, 영이의 존재는 출세를 위한 수단. 그리고, 왕비서는 수단이 되어버린 더 깊은 슬픔과 어둠 속에 홀로 남게된 영이를 유일하게 보듬어주는 존재, 가 되고싶었던 것 같다. 난 정말, 어쩐지, 왕비서는 난로의 이모님과 별반 다를게 없어보인다. 하아;


2> 희선의 폭탄발언으로 인해 영이와 수가 갈등을 겪는동안, 다른 등장인물들은 그들대로 각각의 이야기를 쌓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쌓아가는 이야기의 끝에서 어떤 연결고리로 무엇을 만들고 또 끄집어낼까? 알아도 모르는 척, 몰라서 모르는 대로. 그저 기다리는 중이다.


3> 희선이가 거슬린 적은 없었다. 캐릭터도 연기도. 곱씹으며 생각해보면 아, 어쩌면, 그럴지도, 라며 마음으로는 안되더라도 머리로는 이해가 되니까. 그런데, 6회에서 처음으로, 살짝, 거슬렸다. 하아. 뭐.. 점점 나아지겠지. 이 아이의 이야기도 그렇게 하나 둘 쌓이겠지. 경험도 쌓이겠지. 라며, 일단은 흘려보내기로 했다.


4> 수의 주변을 서성이는 무철. 그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끊임없이 덫을 치는 무철. 무철은 수가 그 약으로 어떤 선택을 하든 상관이 없었던 것 같다. 영이에게 먹인다면 영이를 죽인 범인으로 그의 인생을 끝내면 되는 것이고, 수가 먹으면 그렇게 죽어줬으니 되는 것이고, 둘 다 약을 안먹는다면 이제 두달도 채 남지않는 시한부 기간의 끝에서 처리하면 되는 것이니. 뭐가 어떻든, 무철의 목적은 수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것이다. 그런데, 무철은 왜 진성에게도 덫을 치는 것일까? 수가 어떤 선택을 하든 상관은 없지만, 수의 마음에서 희주를 밀어내는 영이의 존재도 거슬리기 시작한 것일까? ...등등의 생각 중.


5> 아, 진심...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고, 인물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다가.. 순간순간 영이 얼빠모드로 그저 멍하니 바라만 보고있을 때가 있다. 아, 어쩜 저렇게 예쁘지? 예쁘다는 말이 지겨울 정도로 예쁘다. 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