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전우치 17회) 자격지심으로 무너진 신뢰, 우치야 그냥 떠나라..

도희(dh) 2013. 1. 17. 20:49

우치의 행동들을 보며 어디로 튈지 모르겠다며 통쾌함 반 걱정 반을 가지고 있던 왕은, 맵지의 죽음을 미끼로 판 강림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맵지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전우치를 오해하면서도 아주 조금의 '혹시나'를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를 왕은, 저잣거리 주막에서 전우치를 치켜세우며 왕을 비난하는 백성의 소리에 욱하게 되며, 망기경에 당하지도 않았으면서 지금까지 조선과 왕실을 지켜주고자 고군분투하던 전우치의 공을 싸그리 잊어버리는 채 그를 적으로 간주하는 결과를 낳게된다. 그리고, 강림의 계략에 의해 왕은 물론 자신을 믿고 지지해주던 백성들에게 조차 외면과 비난을 받게된 우치는 어떻게든 오해를 풀기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우치 머리 위에서 노는 강림에 의해 발버둥 치면 칠수록 더더욱 고립되며 왕과의 갈등은 극한으로 치닫게 된다.

드라마 '전우치'를 시청하고 처음으로 짜증을 냈다. 은광에피가 늘어질 때조차 나름의 재미를 찾아가며 봤었는데, 전우치의 공을 싸그리 잊고 적으로 간주하는 왕의 투정, 그런 왕에게 직언을 하기는 커녕 왕의 뜻이 비록 옳지않다고 하더라도 내가 모시는 왕의 뜻이라면 내 의지나 신념에 상관없이 무조건 따르겠노라, 는 모습을 보이는 부종사관의 행동들도 답답해 보였다. 그래서, 그런 왕의 오해를 어떻게든 풀고자 고군분투하는 우치가 안쓰럽고 답답해보일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달까?

보며,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조선이 어떻게되든 상관말고 그냥 율도국으로 떠나라고 하고싶었다. 자신을 따르는 몇 안되는 이들과 그 곳으로 돌아가 율도국을 재건하라고 하고 싶었다. 그러나, 오로지 무연만을 외치던 우치가 아닌 조선 백성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위하게 된 우치는.. 그들이 살아가는 잘못된 조선을 바로잡고자 마음을 먹었기에 떠나지 못할 것은 불보듯 뻔했다. 게다가, 강림을 꺽어넘기지 못하는 한 언제든 위협이 될 것이기에 그를 이기는 것도 우치에게는 중요한 과제였을테고. 그래도, 조선의 백성은 조선의 백성, 강림이 일은 강림이 일이고... 왕은 그냥 놔버렸음 좋겠다, 라는게 나의 바램이다;;

 

*덧*

1) 이런 장르에서 지금의 갈등은 필요한 부분일 수도 있다. 왕재가 아닌 신하에 의해 왕으로 추대되며 정통성이 없는 왕, '이거'에게 왕권과 권력은 늘 불안정했고 그나마 우치를 통해 겨우 지켜낼 수 있었다. 맵지의 일에 분노하는 우치를 통해 모든 백성을 품을 수 있는 아량을 베푸는 대인배인 척 하며 그를 아래로 내려다봤던 왕은, 백성의 소리를 직접 듣는 것으로 위협을 느꼈던 것 같다. 정통성이 없는 왕은, 자신을 위해 공을 세우는 우치에 대한 고마움이 결국 질투로 변해버린 듯 했달까?

결국, 이상은 커서 대인배인 척 했지만 애초부터 왕이 될 그릇이 아니었던 그는, 노력형 왕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좁은 시야로 인해 모든 걸 멈추고 찌질한 모습들을 보일 뿐이었다. 그 과정 끝에 다시금 성장을 하게될 것인지, 거기서 멈춰 좌상의 허수아비가 되어 전우치와 완전히 척을 질지는 극이 전개되봐야 알겠지만.. 지금으로선 그냥 척을 지고 전우치는 할일만 하고 떠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넓은 시야와 올곧은 신념을 지녔으면서도 힘이 없는 왕을 도와 힘이 되어줄 수는 있지만, 시야가 좁은 찌질한 왕은 아무리 도와줘봤자 결국 돌아오는 것은 서슬퍼런 칼날 뿐일테니 말이지;


2)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짜증이 났지만, 그 속에서도 깨알같은 재미는 존재했다. 우치의 소소한 도술과 봉구가 나오는 씬은 정말 눈을 뗄 수가 없달까? 우치와 봉구 콤비 너무 좋다. 그런데, 삼개나루파는 완전히 아웃인 건가? 이 무리의 활약도 기대했는데... 어휴;

3) 도력이 강해지며 머리까지 좋아진 강림이, 강림이 사라진 시간동안 긴장감을 풀며 살았는지 머리까지 굳어진 듯한 우치. 우치가 다시 제대로 긴장하며 도력을 레벨업! 하길 바라는 중이다. 홍길동이 남긴 그 책은 대체 어디에 두고 안써먹는지도 궁금하다. ...강림이에게 제대로 뒷통수 맞으며 더더욱 고립된 우치가 이번에 제대로 각성하며 레벨업! 하겠지? & 무연이 도술도 다시 제발... 도술하는 무연이 보고싶어요...ㅠ

4) 고백하나. 지난 주와 지지난 주까지만 해도 왕 귀엽다고 난리였다. 특히, 경방자 옷 입었을 때. 그런데, 그 찌질한 모습에 귀여움이든 뭐든 다 사라지고 이젠 보기만해도 짜증유발. ...음, 난 우치편이라 우치 괴롭히면 다 싫음ㅋㅋㅋ 뽕구 배신했을 때 그리 이뻐라하던 뽕구도 잠시 싫어할 뻔 했달까?ㅋㅋㅋㅋ (오랜만에 니편내편 나눠서 참 단순하게 보는 드라마라, 가볍게보면 재밌음!)

5) 결론은, 이러니 저러니해도 난 이 드라마가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