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적도의 남자 19회) 인간의 이기심은 어디까지 닿을 수 있는가?

도희(dh) 2012. 5. 24. 20:22

용서? 용서는 나 혼자 하냐?
어느 누구도 용서를 구하지 않는데 내가 뭘 어떻게 용서를 해.

- 적도의 남자 19회 / 선우 -

 


 

시작 전 궁시렁-.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19회 방송에 대한 멘붕상태(방송사고 보다는 내용에 대한;)는 현재진행형인지라 쉴드쳐줄 여력이 없다. 언제나처럼 최대한 한발자국 떨어져서 바라보고 이야기를 해야겠다, 싶으면서도 그게 잘 되지않는 상황이기도 하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각잡고 제대로 까고 싶기도 한데 그러면서도 오늘 최종회를 보고난 후에 해도 늦지않을테니 일단 보류를 해야지, 라는 마음이 더 강하다. 그러나, 아마 써내려가면서 좋은 말이 나오진 않을 것 같다.

'적도의 남자' 19회는 내내 불편했다. 19회 예고에서 느낀 미묘함이 본방에서도 그대로 느껴졌던 것도 같다. 19회 리뷰를 쓰기위해 한번 더 돌려보는데, 내가 이 드라마를 복습하며 이렇게나 불편해서 중간중간 스킵해가며 본 것은 처음인 듯 싶다. 그래서 생각해보는 중이다. 그 불편함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그게 맞는 건지. 그 끝에서 결국 이 드라마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지도. 이 부분도 20회를 보고나서 판단해야하므로 보류. 그리고, 그 부분에 대해서 쓸지 어떨지도 모르겠다. 사실, 생각이 정리가 되질 않는다.

 

용서를 강요하는 사람들-.

자살기도를 한 용배씨는 위독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 소식을 물고온 금줄에게 선우는 냉랭한 반응을 보인다. 그런 선우에게 금줄은 어이없게도 이제 그만 용서하라며 병문안을 가라고 한다. 그러자 선우는 대답했다. 용서는 나 혼자 하냐고. 어느 누구도 용서를 구하지 않는데 내가 뭘 어떻게 용서를 하냐고. 나는 선우의 그 대답을 듣고 생각했다. 이 아이는 여전히 그 '용서'란 것을 하고싶은 것은 아닐까, 라고. 만약, 나라면 그런 금줄에게 화냈을 것 같으니까.

그런 생각이 채 매듭지어지기도 전에 지원(헤밍씨라고 부르기 싫음;)은 말한다. 용서를 구해야 용서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그 말에 아니! 이건 또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고 육성으로 버럭하고 말았다. 어떻게 용서를 빌기는 커녕 자신의 죄에 대한 반성도 없는 이를 용서하라고 하는 말인가. 그저 내 마음 편하자고 그런 찝찝한 용서를 하란 말인가? 그 전에 그따위 용서가 과연 내 마음을 편하게 하며 내 고통과 아픔을 떨쳐내게 할 수 있는 것일까?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는 이를 쉽게 용서한다면 그는 자신의 죄가 죄인지 모르기에 결국 똑같은 혹은 더 업그레이드된 죄를 저지르게 될 것이다. 그렇게 쉽게 해버린 용서는 위험해지고 그 대책없는 용서가 더 큰 죄를 불러일으켜 또 다른 누군가를 희생시킬지 누가 알겠는가. 그런데, 용서를 하란다. 용서를 구해야 용서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참 어이없는 말로. 그 말 속에 더 큰 의미가 담겨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난 지금 그 깊은 의미까지 생각하기엔 너무 지친다. 가장 큰 복수가 용서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걸까... 그러나, 그 또한 상대가 자신이 저지른 죄의 무게를 알아야 가능한 복수는 아닐까?

내가 선우라면, 그 순간 굉장히 슬펐을 것 같다. 이제 남은 유일한 우정과 인생의 절반인 사랑이, 누구보다 자신의 고통과 슬픔을 잘 아는 이들이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너무나 쉽게 용서를 내뱉는 것에 대해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쿤이 그들에게 합세해서 용서드립을 치지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용서드립에 반박하지도 않는 걸 보면 암묵적 동의라고 해야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문득 든다.

용서란 과연 무엇일까? 이 드라마는 내게 이런 질문을 던지게 한다.

내 상처만 아프다-.

인간은 굉장히 이기적이다. 세상에서 내 상처가 가장 크고 깊고 아프다. 그래서, 보여지는 너의 상처가 나보다 크면 때론 동정하고 때론 위안을 받곤 하지만, 작으면 그걸로 그만이다. 그 상처의 깊이가 얼마만큼인지, 그로인한 고통과 아픔이 얼마나 큰지 헤아리기엔 내 상처가 너무 아프니까. 이런 생각은 과거 드라마 '자명고'를 보며 했던 생각들인데 이 드라마 '적도의 남자'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보며 새삼스레 떠올랐다.

가족 비스므리한 것이 되어줄 생각이 없던 마희정에게 진노식은 철저하게 선을 그어놓았다. 죽은 약혼녀 은애를 잊지 못하는 진노식을 지켜보는 마희정은 분노했다. 마희정은 자신이 먼저 진노식을 향해 선을 그어놓은 것은 잊은 채 그가 그어놓은 선이 못내 화가났던 것 같다. 그리고, 진노식은 자신을 배신한 은애에 대한 분노는 그녀의 아들인 선우에게 향했다. 결국, 선우로 인해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긴 진노식은 분노했으나 그는 여전히 모른다. 나로 인해 소중한 것을 빼앗긴 이들의 고통과 분노를. 그래서, 자신에게 칼을 겨누는 그들을 못마땅해한다.

지원은 '내가 선우씨라면' 이란 말로 선우를 설득하려 했었다. 그리고, 선우는 말했다. 내 입장이 되보지 않고 나라면 어땠을텐데,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라고. 이 말은 그저 지원의 입을 다물게 하기위한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극이 진행될 수록 각자의 상처만 끌어안고 상대의 상처를 헤아리지 못하는 각각의 캐릭터들이 결국 상대의 상처를 어떻게 헤아리게 되는가에 대한 힌트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스포로 풀린 아역들과의 사자대면도 그렇고;)

핀트가 살짝 엇나갔으나 장일은 선우와 옥상에서 있었던 일과 아버지의 죽음으로 선우의 공포와 분노와 아픔과 슬픔을 알게되었다. 그리고, 내가 잘되는 것이 진정한 복수라는 깨달음을 얻은 후 선우에게 대책없이 쉬운 용서를 강요하던 지원은 납치사건으로 인해서 '용서'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게되었다. 아마, 이 날 이후 지원이 선우에게 또다시 용서드립을 날린다면 지원의 그 용서의 기준이 정말 궁금해질 것도 같다.

그리고 선우. 선우는 자신의 생부가 진노식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생물학적 아버지의 존재를 부정했으나 이미 알아버린 진실은 선우의 머리와 마음을 헤집고 있었다. 인정하고 싶지않은 진실에 선우는 괴로워했고 결국 거부할 수 없는 운명으로 인해 더 큰 괴로움을 겪게될 듯 싶었다. 지원의 납치로 인해 진노식을 만난 선우의 슬픈 표정은, 지원을 잃을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나온 슬픔이 아닌 이런 당신이 나의 아버지라는 것에 대한 슬픔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 슬픔이 겁난다. 선우의 그 표정은 너무 마음이 아팠지만, 그 슬픔이 가져올 것이 우려된다. 경험하지 못했기에 알 수 없는 것들. 장일은 아비잃은 선우의 슬픔과 분노를, 지원은 죽음의 공포에서 비롯된 선우의 복수심에 깊은 공감을 하지 못했다. 물론, 그 탈출이 가능해보이던 창고에서 뻘짓하던 지원이 정말 죽음의 공포를 느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이해하고 싶다. 감히 나를 납치하다니 + 하루 밥과 물을 못먹은 것에 대한 분노로 용서못해! 를 외쳤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기에;

돌아와서, 선량한 아버지 밑에서 사랑을 베푸는 것이 무엇인지 배우며 자라온 선우는 진노식으로 인해 죄많은 아비를 가진 아들의 마음을 알게되는 건 아닐까? 그래서, 끊임없이 아비의 죄를 쉴드쳐주고 싶어하는 장일의 마음을 이해하고 대책없는 용서를 날리는 건 아닐까, 우려되는 중이다. 아역들과 사자대면을 한다는 기사스포를 밟은터라 이 우려심은 더더욱 깊어질 따름이고... 이 사자대면이 장일과 선우의 용서와 화해라는 키워드가 될 것 같은데 부디 뜬금포가 아닌 날 설득할 수 있는 과정이 되길 새삼 바라는 중이다. 

무모하고 무식한 선우의 복수-.

경필의 죽음에 대한 공소시효는 이미 끝났다. 그 어떤 법적 처벌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선우는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않는 방식의 복수를 시작했다. 그 것은 죄의 원인이 되는 그들의 욕망을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하나씩 하나씩 천천히 천천히 그들의 욕망은 선우의 손에 의해 무너졌다. 

신준호 검사 앞에서의 삼자대면. 선우는 장일에게 기회를 주고싶었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버지를 밟게 만드는 선우의 거짓에 대한 반발로 진실을 말하길 바랬던 것 같다. 듣고싶었던 것 같다. 장일이 사는 지옥은 어떤 모습인지. 그러나,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장일은 자신의 죄를 아버지에게 뒤집어 씌우는 것에 분노했으나 결국 침묵했고 수미는 사랑이란 이유로 아버지 광춘을 공격한 용배의 아들 장일을 감싸줄 수 밖에 없었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하는 선우의 칼날을 막기위해 그들은 자신들의 아버지를 방패로 삼고 있었다.

선우는 또 한발 앞으로 나아갔다. 장일의 죄를 용배에게 씌우는 것으로 장일의 어쩔 수 없는 욕망을 확인하고, 수미의 그림을 난도질하는 것으로 수미의 욕망을 짓밟았다. 무모하고 무식한 방법으로, 그들의 숨통을 조여갔다. 그리고, 그렇게 그들을 향한 복수를 행할 때마다 그 것은 부메랑이 되어 선우에게 되돌아왔고 그렇게 선우는 앞이 보이지않는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그러나, 선우의 복수가 아파서 화가난 그들은 선우의 고통을 보지 못한다.

그리고, 장일을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없는 부성애를 가진 용배를 향한 선우의 심경은 굉장히 복잡 미묘한 듯 했다. 선우에게 아버지란 존재의 의미는 무엇일까, 얼마나 큰 것일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날, 선우가 신검 앞에서 거짓말을 한 것은 장일을 옳아매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 날 옥상에서 했던 용배의 말을 지켜주기 위한 것은 아닌가, 싶었다. 결국, 용배는 아들을 위해 그런 말을 했으나 그 말이 아들을 더욱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결과가 되었지만.

사실, 이날 선우의 무모하고 무식한 복수는 광기에 사로잡힌 느낌마저 들어서 통쾌하면서도 조금은 섬뜩하고 안타까웠다. 그들에 대한 분노와 그에 대한 복수만으로도 심신이 지칠 그에게 출생의 비밀까지 닥치니 순간순간 정신줄을 놓으며 광기에 사로잡히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래서, 어쩌면 그렇게 날뛰는 것으로 그들이 제발 이제 그만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라는 그런 건 아닐까, 라는 생각마저 들더라.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을 하고싶은 건가요? 아님, 가정교육의 중요성?

선우가 진노식의 아들이라는 것은 이제 선우와 문태주만의 비밀은 아니었다. 지원의 납치소식에 이대로 두고볼 수 없었던 문태주가 진노식을 찾았고, 그들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된 장일까지 이제 네명이 공유한 비밀이 되어버렸다. 선우는 현재 진노식과 장일이 그 것을 알고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상황이지만.

그 것을 알게된 장일은 말했다. 독하고 무식한게 닮았다고.
그래서 나는 묻고싶었다. 너는 그래서 어리석냐고.

그런 생각이 들더라. 이 날 선우가 보여준 광기는 그런 진노식을 닮은 선우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였던가, 라고. 아우, 그런 거 싫다. 선우는 진노식의 아들이기 전에 김경필의 아들이고 문태주의 아들이니까. 생물학적 아버지인 진노식에 의해서 어둠 속에 내쳐진 선우는 김경필이 내민 손을 잡고서 빛으로 나왔고 그렇게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법을 아는 밝고 따스한 사람으로 자랄 수 있었으니까.

장일은 용배가 그런 선택을 한 것이 자신이 공부를 잘하고 욕심이 많아서라고 자책했다. 그런데 난 그런 생각이 또 들더라.용배가 조금만 현명한 부모였다면 어땠을까, 라는. 자식의 잘못에 침묵하는 것이 아닌, 비록 나는 죄를 지었더라도 자식만은 그런 길을 걷게해선 안된다는 생각에 늦게라도 모든 것을 바로잡을 줄 아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죄를 죄로서 덮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그 부분은 장일도 마찮가지지만. 결론은, 부자가 조금만 현명했다면 어땠을까, 로 가는구나.

장일은 말했다. 죽어 경필을 만나거든 무조건 잘못하라고 빌라고. 때리면 맞으라고. 나머지 벌은 자신이 받겠다고. 장일의 이 말은 마치 용배가 장일에게 하는 말 같았다. 아들, 내가 김경필 만나서 무조건 잘못했다고 빌고 때리면 맞고 나머지 벌도 내가 다 받을테니 우리 난 아들은 아무 걱정도 죄책감도 없이 잘 살아야해, 라고. 그래서 마음이 좀 그랬다. 부전자전이구나. 넌 정말 니 아버질 닮아 어리석구나, 너나 선우에게 무조건 잘못했다고 좀 빌어봐, 뭐 이런 마음이 들었달까? 같이 보던 동생은 저러니 왠지 장일이 불쌍하다고 하고. (...)

아무튼, 그때 나는 말했다. 용배와 경필은 만날 수 없다고. 경필은 죽어 천당에 갔을테고 용배는 보나마나 지옥에 갈텐데 어찌 만나느냐고. 지옥은 커녕 그 근처에도 못갈지도 모른다고. 나는 말이다, 자살한 영혼은 구원받을 수 없다는 어디서 주워들었나 모를 그 말을 철썩같이 믿는 사람이기이에 용배는 죽어서도 구원을 받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장일은 어쩐지 자신이 잘못했다는 건 알고있는 것 같다. 그저 인정할 수가 없는 건 아닐까? 그 것을 인정하는 순간 자신을 지탱하고 있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다고 믿기에. 그러니 마음이 지옥이라도 이렇게 살아가겠노라고 하는 건 아닐까, 라는. 죄를 인정하면 모든 것이 무너질 것 같지만 마음은 편해질 것이고, 또 그렇게 살다보면 살아질텐데.. 라는 생각도 들었다.

웃지못할 방송사고-.

갑자기 화장실이 너무 가고싶어서 '이제 10분 정도만 있으면 돼!' 라며 집중하던 찰나에 화면이 어둡게 변하고 곧 19회가 종영했다는 자막이 흘러나와서 순간 멍때렸었다. 이게 뭔가요, 라며. 방송사고의 이유는 마지막 10여분의 내용이 담긴 편집테이프가 전달되지 않아서라고 하는 듯. 아, 드라마 '그들의 사는 세상' 1회의 에피소드가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그런 의미로 적도 끝나면 그사세나 복습할까나? (이 드라마도 매년 복습하는 듯;)

첨엔 어이가 없어서 화가났는데 시간이 지나니 안타깝고 뭐 그랬다. 덕분에, 별 생각없이 '옥탑방 왕세자' 틀어놔서 '인현왕후의 남자' 초반 놓친 것은 물론이요, 붕도랑 희진이 본격적으로 만나기 전까지 적도사태의 멘붕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멍때리며 몰입못했었다. 사실, 인남 7회부터 본방으로 보긴하는데 늘 적도 본 직후라 전혀 몰입을 못해서 내용만 겨우 따라가는 상황이다. 이 드라마도 적도 끝나면 7회부터 다시 돌려봐야할 듯. 분명 재밌는데... 하아; 더불어, 단 한회도 제대로 본 적 없으면서 옥세자의 결말은 적도보다 더 궁금하다는 것이 함정. 멘붕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어제, 진심으로 오늘 막방은 옥세자를 볼까, 라는 지난 9주동안 단 한번도 한 적 없는 고민을 했다는 건 비밀로 두기로 하자. 아무튼, 어제 옥세자 19회 엔딩 좀 아련했다. 

오늘 적도의 남자 20회는 어제 방송 다 못했던 것 10분 추가해서 총 80분 방송이라고 한다. 태국씬까지 나올 예정인 듯 한데 이제 많은 건 안바란다.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주입하지 말고 설득력있게 풀어내며 자연스레 스며들게 해주길 바랄 뿐이다. 너무 늦은 것 같지만.

그리고-.

1> 후반부에 너무 많은 걸 풀러내려고 해서 그 과정이 단순하고 깊이가 없어 보이고, 그 것으로 인해 과정 그리고 결과에 대한 설득력이 없어진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드는 중이다. 그래서 말하고자 하는 것을 과정을 통한 설득 및 그렇게 자연스레 받아들여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상황 및 대사로 주입하려는 건 아닌가, 라는 불편함이 느껴지는 중이다. 캐릭터도 점점 산으로 가고있고.

2> 아쉬운 부분이 너무 많다. 최종회까지 보고나서 그 아쉬운 부분이 부각될지, 그 부분들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을만큼 맘에 맺히는 결말을 줄지는 모르겠으나 아무쪼록 후자이길 바란다. 아쉬운 부분들은 그냥 마음에 품고 혼자 생각하고 넘어가고 싶다. (라고 말하지만 오늘 좀 짜증낸 듯;)

3> 금줄이 정말 이상하다. 장일이 연민하고 선우에게 용서드립 날리는 것도 모자라서 장일이 보디가드 노릇하는 걸 보니 어이가 없으면서도 선우랑 이제 갈라진건가, 싶었는데... 진노식에게 한방 먹인 후 거기 앉아서 같이 웃고 떠들고 진노식네 비서 협박할 때도 거기 있는 거 보니 진짜... 기가 차더라. 진노식에 대한 복수는 괜찮고 장일에 대한 복수는 관두고 용서하라는 그 기준은 뭘까? 13년전 장일에게 분노하던 금줄은 어디갔지? 현재가 좋으면 다 좋은건가? 하아;

4> 납치씬은 진심 어이없었지만, 그 납치씬으로 인해 가지 몇개를 만들어내려고 했다는 게 보여서 대충 넘기기로 했다. 19회에 나온 것도 있고 20회에 나올 것도 있는 듯 하달까? 그래도, 이런 무리수 보다는 뭔가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라는 아쉬움은 지워지지가 않는 중.

5> 문태주와 진노식의 만남은 정말 임팩트가 없었다. 문태주는 정말 사심없이 은애씨의 아들이란 이유 하나로 선우를 거두고 성공시켰던 건가보다. 이 냥반이 정말! 나 지난 번에 화낸다고 했는데... 지금은 화낼 기운도 없고 최종회 끝나고 생각해봅시다.

6> 그래도, 사실은 좀 재밌게 봤다. 각잡고 본게 아니라 매 씬마다 코멘트 달아가며. 와, 내가 적도를 코멘트 달아가며 볼 수 있으리란 생각을 해본 적은 없는데.. 그렇게 되었다.

7> 부디, 결말이 어이없지 않길 바란다. 개연성없이 끝을 위한 화해와 용서는 결코 용납할 수 없으며 절대, 선우 눈멀면 안되고, 장일이 죽으면 안된다. 장일이는 살아서 그 죗값을 받아야 하니까. 그런데, 장일이는 왠지 마지막까지 반성하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얘도 이런 걸 보면 참 일관성이 있는 듯;;;

8> 아, 난 여전히 <적도의 남자>가 좋긴 좋다. 아쉬움보다 좋게 봤던 기억이 더 크니까. 게다가 이렇게까지 좋아모드로 봤던 드라마도 드물고. 포스팅으로만 보면 처음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 감독판 DVD를 원했었으나 왠지 불가능할 것 같고, 그래도 용수감독님이 재편집한 건 한번 보고싶기도 하고. 그러하다. 자진해서 내주실.. 가능성은 없겠지? 이러나 저라나, 당분간 복습은 어려울 것 같다. 19회 복습하며 나 진짜 너무 (짜증나서) 지쳤던 걸 떠올려보면... 내 정줄을 다잡고 선우에 대한 몰입에서 몇발자국 물러날 수 있을때 봐야할 듯 싶다.

9> 마지막 적요일. 이러니 저러니해도 끝이라 아쉽고 그런 건 있다. 부디, 마무리 잘 해주시길. 지난 주까진 적도 끝나고 수목에 뭘 볼까, 고민했는데... 어제 이후로 왠지 힘들 것 같기도 하다. 사실, 드라마 여운에서 빨리 벗어나는 편이라 다음주 되면 괜찮아질 것도 같은데 잘 모르겠다. ('보보경심'은 특이 케이스였음. '보보경심' 외에 여운 오래 갔던 건 '대왕세종''부활' 정도?)

0>' 적도의 남자' 19회 내 멋대로 베스트 : 수미냔 그림찢는 선우 & 지원이 땜에 진노식 찾아갔다가 슬픈 표정 짓는 선우. 워스트는 '용서를 구해야 용서를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 속에 어떤 큰 뜻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난 지원이의 깊은 뜻을 헤아릴 만큼 똑똑하질 못해서;;;